2024.05.16 (목)

  • 흐림속초11.0℃
  • 구름많음13.7℃
  • 구름많음철원13.5℃
  • 맑음동두천15.6℃
  • 맑음파주16.7℃
  • 흐림대관령7.3℃
  • 구름많음춘천14.1℃
  • 맑음백령도17.2℃
  • 흐림북강릉12.6℃
  • 흐림강릉11.8℃
  • 구름많음동해13.0℃
  • 맑음서울15.5℃
  • 맑음인천15.3℃
  • 구름조금원주13.8℃
  • 비울릉도11.5℃
  • 맑음수원16.2℃
  • 흐림영월13.2℃
  • 맑음충주15.4℃
  • 맑음서산17.4℃
  • 구름많음울진14.2℃
  • 맑음청주17.1℃
  • 맑음대전16.9℃
  • 맑음추풍령14.8℃
  • 구름많음안동14.3℃
  • 맑음상주16.5℃
  • 구름많음포항14.6℃
  • 맑음군산16.1℃
  • 맑음대구16.7℃
  • 맑음전주16.8℃
  • 구름많음울산14.6℃
  • 맑음창원19.6℃
  • 맑음광주18.6℃
  • 맑음부산18.3℃
  • 맑음통영18.7℃
  • 맑음목포17.7℃
  • 맑음여수18.0℃
  • 맑음흑산도19.1℃
  • 맑음완도19.8℃
  • 맑음고창
  • 맑음순천16.8℃
  • 맑음홍성(예)17.2℃
  • 맑음16.1℃
  • 맑음제주20.3℃
  • 맑음고산19.4℃
  • 맑음성산21.6℃
  • 맑음서귀포21.7℃
  • 맑음진주19.6℃
  • 맑음강화16.2℃
  • 맑음양평16.1℃
  • 맑음이천17.1℃
  • 흐림인제13.2℃
  • 구름많음홍천13.1℃
  • 구름많음태백8.8℃
  • 흐림정선군11.2℃
  • 구름많음제천12.6℃
  • 맑음보은15.3℃
  • 맑음천안16.8℃
  • 맑음보령17.4℃
  • 맑음부여18.2℃
  • 구름조금금산16.2℃
  • 맑음16.5℃
  • 맑음부안17.9℃
  • 맑음임실16.0℃
  • 맑음정읍18.4℃
  • 맑음남원17.0℃
  • 구름조금장수13.9℃
  • 맑음고창군18.8℃
  • 맑음영광군18.0℃
  • 맑음김해시18.3℃
  • 맑음순창군17.5℃
  • 맑음북창원19.2℃
  • 맑음양산시18.5℃
  • 맑음보성군20.0℃
  • 맑음강진군19.9℃
  • 맑음장흥19.4℃
  • 맑음해남19.1℃
  • 맑음고흥19.4℃
  • 맑음의령군19.3℃
  • 구름조금함양군16.8℃
  • 맑음광양시18.7℃
  • 맑음진도군18.1℃
  • 흐림봉화12.6℃
  • 흐림영주11.5℃
  • 구름조금문경15.7℃
  • 구름많음청송군14.7℃
  • 흐림영덕13.3℃
  • 구름많음의성15.6℃
  • 맑음구미17.8℃
  • 구름많음영천14.9℃
  • 구름많음경주시15.5℃
  • 맑음거창16.9℃
  • 맑음합천19.1℃
  • 맑음밀양18.3℃
  • 맑음산청17.6℃
  • 맑음거제18.6℃
  • 맑음남해18.6℃
  • 맑음18.6℃
기고-가고싶은 섬 청산도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가고싶은 섬 청산도

가고싶은 섬 청산도
서양화가의 슬로우시티 청산도 방문기

   
▲ 슬로우걷기축제

서양화가 황주리씨가 지난 4월 중순 전남 완도군의 청산도에 다녀온 방문기를 소개한다.영화 ‘서편제’를 찍은 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진 청산도의 봄 풍경은 이승의 풍경이 아닌 듯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다가 잠시 머문 어느 기차역 같았다고 말했다.

낡은 돌담길들과 유채꽃과 산과 바다와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을 눈 속에 담아 놓으면 잊을세라 사진 찍지 않을 수 없는 풍경들로 둘러싸인 섬, 그곳이 청산도다.

청산도는 다른 섬들에 비해 지리상 이유로 개발이 늦게 된지라, 다닥다닥 붙은 횟집과 음식점 및 노래방 간판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다른 많은 섬들과 달리, 그나마 보존이 깨끗하게 이뤄진 편이었다. 슬로 시티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는 청산도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루 종일 어느 방향으로든 그저 천천히 걸으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었다. 섬 곳곳에 편안하게 자리잡은 수많은 무덤이 인상적이었다.

그 무덤들이 그 이승 같지 않은 풍경이 이승임을 알려주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민박집 광주 아줌마는 손님을 태우러 스쿠터를 타고 온 섬을 돌아다닌다. 그 씩씩한 모습은 멀리서 보아도 기운이 절로 난다. 어떻게 하면 저 씩씩함을 닮을 수 있을까? 예순도 한참 넘은 나이인데도 펄펄한 기운이 느껴져 슬쩍 주눅이 든다. 언제부턴가 나는 예쁜 여자한테는 주눅이 들지 않는다. 온 몸에서 삶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사람에게 주눅이 든다.

슬슬 이야기보따리의 옆구리를 찔러보니 쉴 틈 없이 그녀의 삶의 내용들이 쏟아져 나온다. 청산도가 인연이 닿아서 오래 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다는 아줌마는 고향이 광주라고 했다. 열아홉 시절 전남대를 다니던 지금의 남편을 무척 좋아했다 한다. 그 시절 백마 탄 왕자로 보였다는 지금의 남편에게 온갖 정성을 다해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다 헛일이라 했다. 하긴 헛일이 아닌 일이 어디 있을까? 나는 다음 생에도 같은 사람과 만나 백년해로하겠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우리 어머니들이 아버지들에 관해 이야기하듯, 그 누구의 사랑이야기도 조금씩 닮아 있다.

불완전한 내가 불완전한 너를 만나서 불완전한 삶을 살다가 사라져가는 슬프고 고달프고 가끔은 아름다운 이야기. 그게 바로 우리들의 삶이다. 나이가 일곱 살 많은 민박집 주인 아줌마의 남편은 태생이 귀골로 태어나 실용적인 일에는 무능한데다가, 그녀가 아무리 정성껏 보약을 달여 먹이고 홍삼을 사다 먹이고 전복을 손수 따다 먹여도 고마운 줄도 모른다고 했다. 아무리 그럴까? 청산도를 떠나던 날 아침, 우리는 아줌마의 남편을 볼 수 있었다.

바짝 마른 신경질적인 타입의 아저씨에게서 백마를 탄 젊은 왕자의 모습을 연상해보았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친절하지 않다. 아저씨가 있으면 오히려 손님을 쫓는다는 아줌마 말이 귀에 딱지가 앉았는지, 아침부터 일을 나간 아줌마 대신 그는 우리를 향해 자신이 웃을 수 있는 최대의 미소를 띠고 배웅해주었다. 까다롭게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진심이 담긴 미소였다. 그들 부부의 행복을 빌며 우리는 청산도를 떠났다. 행복이 별건가?

맛있는 거 먹고, 건강하고 맘 편하게 살아 있는 것, 그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내용일진대, 우리는 그 무엇이 두려워 이 눈부신 봄에도 행복하지 못한 것일까?

집에 돌아와 북한산 입구의 우리 마을, 삼천리골을 걷는다. 이 봄에 어딘들 아름답지 않으랴? 어느 좁은 길목에서나 북한산이 그 웅장한 자태를 보여주는 우리 마을 또한 슬로 시티로 선정되고도 남을 터다. 동네 산마다 봄꽃들이 어우러져 눈물이 날 것 같은 봄,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다. 은평 타운의 거대한 아파트공화국 너머로 아직은 느리고 아름답게 남아 있는 삼천리골 내 작업실도 후년이면 헐려서 도로가 된다고 한다. 야금야금 이 마을도 조금씩 사라져 거대한 아파트공화국의 일부가 될 것 같아 안타깝다. 변치 않는 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땅의 사계절이다.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사라져가는 이 봄을 잡고 싶어, 사람들은 바람이 나는가 보다. 나도 따라 바람나고 싶은 봄이다.
(황주리 / 서양화가. 1957 서울 生, 1980 이화여자대학 미술대학 서양화과졸업, 1983 홍익대학 대학원 미학과 졸업, 1991 뉴욕대학 대학원 졸업)

새감각 바른언론-완도청해진 www.wandonews.kr
입력:20090609-15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