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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찾잔속 태풍

기사입력 2005.01.16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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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인가'











     



    <겨울연가>의 한  장면









        일본을 비롯한 중국, 동남아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배용준과 최지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겨울연가>는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고, 뒤이어 진출한 이병헌, 류시원 등 배우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은 일본 안에서 '한국 문화 배우기'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에서는 H.O.T, N.R.G, 동방신기 등 아이들(idol) 가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약간 나이가 많은 축에 드는 에이치오티나 엔알지이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오빠'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에서도 우리 배우와 가수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제 한류는 이제 아시아 지역을 강타하는 새로운 바람으로 자리를 굳혔다.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 아시아 지역의 대학생들이 한국어 공부를 위해 유학오는 경우는 흔한 케이스다. 한국의 문화 컨텐츠가 외국에 수출되어 외화벌이에 엄청난 공헌을 하고 있어 경제적인 효과도 매우 크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긍정적인 현상에 환호만 하고 있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가장 높은 곳에 있을때 자신의 앞날과 걸어온 과거를 돌아봐야할 시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 열풍을 되짚어볼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다.

    한류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대만의 상황이 앞으로 한류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훌륭한 예가 될 수 있다. 2001년 각종 드라마가 대만에 진출하면서 한류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곳이 바로 대만이다. 대만은 2002년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무려 903시간 동안 방영하면서 한국 컨텐츠에 흥분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많이 변했다. 2003년 811시간, 2004년은 2002년에 비해 3분의 1로 감소한 356시간에 그쳤다. 이같은 변화는 한국 컨텐츠에 대해 대만 현지인들이나 방송종사자들로부터 반감이나 견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게다가 콘텐츠 내용물이 늘 비슷한 스토리를 띠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가 있다. 현재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는 대부분 트렌디 드라마이다. 단순한 삼각관계와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일관된 흐름에 시청자들이 질렸다는 말이 지난 2003년부터 방송가를 통해 흘러나온 바 있다.

    이는 물론 대만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상황이라 판단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90년대 초 한국을 풍미했던 '홍콩 누아르'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류덕화, 장국영, 주윤발과 같은 스타들은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하나의 문화코드로서 자리잡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영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홍콩 누아르의 열기가 식어버린 가장 큰 이유는 연속적인 콘텐츠 제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0여년이 지난 후에도 우리들에게 남아있는 홍콩 영화의 이미지는 여전히 그들 뿐이다.

    한류 열풍도 단지 주도적인 인물 몇 명의 인기에 그칠 확률이 높다. 현재의 성공에 매료되어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와 배우들이 연속적으로 아시아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단기적인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모습도 보인다.

    결국 한류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상업적으로 다가가서는 안된다는 판단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에 대한 이해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연예인 개인의 이미지보다는 국내 특유의 미와 상상력을 반영한 드라마나 영화, 가요의 생산에 고삐를 늦추면 안된다.

    또한 연예인들도 한류의 전도사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자신이 던지는 한마디가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모 배우의 '저희나라'발언이나 '양민'발언은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국가 이미지를 훼손시킨 사례이다.

    정부도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 시장개척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단순히 개인이 판로에 접근하도록 방임해서는 안된다.

    최근 외국 관광객들이 촬영장을 방문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이 방문했을 때 단지 촬영장 견학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문화와 역사 등 다른 쪽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굴뚝없는 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관광 산업이야말로 문화 콘텐츠를 수출한 피드백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다. 그리고 단순히 아시아의 범위를 넘어서 전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굿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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