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극복 '절대반지' 찾아서…'백수원정대' 일 원정
사진>9일부터 일본 원정길에 오르는 '백수원정대' 대원들이 흰 손바닥이 그려진 백수깃발 위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주덕한·이지현·박태경씨.
'실업 극복의 절대반지를 찾아라.' 우리나라 청년실업자 3명이 외국에 나가 직접 해외 현지의 청년실업 실태를 파악하고 선진 고용정책을 배워오겠다는 취지로 결성한 '백수원정대'의 해외탐방 프로젝트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이름을 따온 백수원정대의 대원은 백수경력 7년차의 '프로백수' 주덕한씨(33), 1년간 다니던 디자인 회사를 그만두고 석달 전 백수의 길에 입문한 '초보백조' 이지현씨(22·여),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 싶어 백수를 자처한 대학 휴학생 박태경씨(20). 주덕한씨를 필두로 백수회관 회원 이지현씨, 다큐멘터리 감독 지망생 박태경씨가 최종 원정대원으로 선출돼 9일 첫 일본원정길에 오른다. 이들은 '프리터'(아르바이트만으로 생활하는 젊은이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백수의 천국' 일본에서 9일부터 18일까지 현지 취업에 성공한 한국 유학생과 워킹 홀리데이로 일하고 있는 외국 젊은이들을 밀착 취재할 계획이다. 또 같은 처지에 놓인 일본 청년 실업자들을 만나 함께 고민하고, 국내에 소개할 만한 지방자치단체, 기업, 민간 차원의 실업정책도 알아본다. 활약상은 백태경씨가 카메라에 담아 백수회관 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올린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한국 전백련에 필적하는 일본 최대 백수조직 '다메렌' 관계자들과의 만남이다. 장기불황에서 배출된 양국 백수 대표가 한자리에 모이는 '한·일 백수 정상회담'인 셈이다. 백수원정대는 앞으로 열흘간 다메렌 회원들과 숙식하면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양국 백수 탈출의 지혜를 모을 계획이다. "지난 7년 동안 무직자로 살아오면서 청년실업자의 눈높이에서 바라 본 고용정책의 필요성을 뼈져리게 느끼게 됐다"고 원정대 결성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하는 주덕한씨는 변변한 직업 하나 없지만 백수계에서는 이름이 꽤 알려진 유명인이다. 지난 96년 포털사이트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다 적성에 맞지 않아 사표를 낸 뒤 전백련(전국백수연대)의 공식 온라인 카페 '백수회관'(cafe.daum.net/backsuhall)의 운영자로 본격적인 백수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백수 가이드북 <캔맥주를 마시며 생각해본 인생을 즐기는 방법 170>을 출간했고, 90년대 후반에는 일명 '파출부'라고 불리는 국내 제1호 남자 가사도우미로도 활동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 백수전문잡지 <백수통신> 창간을 준비해 화제가 됐다. 원정대의 포부는 크고 진지하다. 일본을 시작으로, 홍콩·싱가포르·방콕·베이징 등 아시아 지역을 순회하는 2차 원정, 유럽 각국의 취업실태를 알아보는 3차 원정과, 미국·캐나다·멕시코를 탐방하는 4차 원정을 기획중이다. 이번에는 각자 활동비를 자비로 부담하지만 2차 원정부터는 외국어, 생존능력 등 심사를 통해 대원을 뽑을 계획이며 협찬도 받을 예정이다. 이번 일본 원정에서 비행기 왕복권 외에 대원들이 준비한 자금은 일인당 10만원 내외. 원정대원들은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3배 이상 비싼 일본이지만 그간의 백수 노하우를 살려 최소한의 비용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오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굿데이>